[시작하면서]
책을 읽고 감상문을 쓴 경험은 꽤 있다. 특정 주제에 대한 레포트를 쓰는 강의도 좋아해서 ‘글을 쓰는 것’ 자체는 어색하지 않은 편이다. 마찬가지로 개발의 경우에도 배운 것들이나 해야 할 것들을 문서화하는 것에는 익숙하다. 그런데 인턴 일지를 쓰려고 생각해 보니 막상 개발+일상에 관해서는 제대로 된 글을 써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블로그에서 친구들과 소통하려고 쓴 낙서 같은 글 외에는. 그마저도 쓰고 주기적으로 지워버린다. 그때그때 생각나는 대로 쓰다 보니 날것의 느낌이 강해서 다시 보면 왜 이런 글을 썼는지 스스로도 이해가 안 간 적이 많기 때문이다(ㅋㅋ). 하지만 인턴일지는 데일리펀딩 홈페이지에 남는 만큼 스스로에게 다시 봐도 괜찮은 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 놓고 이틀 전에 쓰기 시작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이 든다!😎
[숨고, 숨고 그리고 숨고]
3월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말 그대로 ‘숨고’와 함께한 한 달이었다. 먼저 1주 차에는 리액트JS를 이용해 숨고 페이지와 똑같이 만드는 과제가 주어졌다.
숨고의 메인 페이지는 슬라이드의 구조를 알면 절반 이상 파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슬라이드가 많다. 그래서 헤더를 구현한 뒤에는 곧장 어떻게 슬라이드를 구현해야 할지 찾아봤다. 그러다 슬라이드를 손쉽게 구현할 수 있는 라이브러리(react-slick)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라이브러리를 사용할지 말지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었다. 결론만 말하면, 라이브러리는 일절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면 편하긴 하지만 공부하는 입장에서 뭔가 지는(?) 기분이기도 했고, 직접 구현하는 법을 알고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것과 모르고 라이브러리를 사용하는 것은 천지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실무에서는 어떤 방법을 쓰는지 궁금해 질문을 드렸더니 프로젝트마다 다르고 팀원과의 논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말씀해 주셔서 우문현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주차]
2주 차는 숨고 사이트의 데이터 모델링 클론 과제를 진행했다. 대학에서 데이터베이스 강의도 수강했고 졸업 프로젝트에서도 ERD Cloud를 이용해 데이터베이스 설계를 해 본 경험이 있어 처음에는 이번 과제가 전보다 수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숨고는 대형 서비스라 그런지 이전까지 경험한 설계와 다르게 고려해야 할 부분이 몇 배는 많았다. 그래도 노션에 숨고 페이지에 대한 요구 분석 사항을 정리해 가면서 나름 꼼꼼하게 모델링 하려고 노력했다.
얼핏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발표를 하고 MIT님의 피드백을 들었을 때 과제의 핵심이었던 요청서 부분이 미흡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발표가 끝난 후에는 Kero님이 장문의 피드백을 해주셨는데 내가 궁금하고 필요한 부분을 딱 짚어 조언을 해 주셔서 정말 도움이 됐다. 여러 개의 파일 테이블을 관리하는 경우와 하나의 테이블에서 관리하는 경우의 편리성 비교를 예시로, 무엇보다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데이터를 사용하는 입장을 함께 고려하며 설계하라고 하신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처음도 아닌데 왜 이런 기본적인 것을 잊고 있었는지 아차 싶기도 했다. 중요한 만큼 어려운 설계… 언젠가 능숙해졌으면 좋겠다.
[3주차]
3주 차부터는 파이썬 웹 프레임워크인 django로 백엔드 API를 개발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그런데 숨고 사이트의 백엔드 API가 아니라 숨고 ‘관리자’ 관점에서의 API 개발이라는 점이 예상했던 것과 조금 달랐다. 3주 차 과제는 2주 차 과제의 연장선상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2주 차에 MIT님과 Kero님께서 해 주셨던 피드백을 떠올리며 테이블의 구조를 수정하고, 고민하며 API를 개발하려고 노력했다. 과제의 요구사항이 ‘관리자’였던 만큼 먼저 다른 관리자 사이트는 어떤 기능이 있는지 찾아보고, 특별히 숨고에 필요한 기능을 정리했다. 그중 가장 집중했던 것은 각종 통계 정보이다. 숨고는 요청서 수, 리뷰 수, 활동 고수 수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실제로 관리자가 회원 수나 인기 카테고리 등의 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여 관련 API를 개발해 보았다. 또한 숨고는 고객이 간편 요청서를 작성하면 이를 여러 고수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어떤 기준으로 요청서를 받을 고수가 선정되는지 세부적인 알고리즘은 알 수 없었지만 요청서와 일치하는 카테고리 등 최소한의 기준으로 필터링해 후보를 추리는 API도 구상해 보았다.
3주 차에 주신 과제를 끝으로 숨고는 마무리 하고 오늘부터 새로운 과제를 맡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주어질지 기대된다.😆
[애매한 신분]
나는 현재 완전한 졸업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학부생도 아닌 애매한 신분이다. 1년짜리인 졸업 프로젝트를 8학기에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사한 3월에도 졸업을 유예한 상태로 졸업 프로젝트에 대한 최종 심사를 남겨두고 있었다. 3월 중순부터는 팀원들과 거의 매일 회의를 하며 마무리 작업과 발표 준비를 했는데, 이때는 정말 회사에서는 과제 생각, 집에서는 졸업 프로젝트 생각만 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숨고 과제도 모르는 것투성이었지만 집에서 추가 공부를 할 시간이 좀처럼 나지 않아 점심시간에 밥을 빨리 먹고 공부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회사 과제와 졸업 프로젝트가 완전히 분리되었던 것 만은 아닌 게, 숨고 과제를 하며 했던 경험이 졸업 프로젝트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했던 적이 있다.
먼저 개발적인 측면에서는, 시야가 조금 더 넓어졌다. 졸업 프로젝트에서 내가 맡은 포지션은 백엔드로, 물론 그전에도 프론트엔드에 관해 공부한 경험은 있지만 말 그대로 강의만 들었었다. 세부적인 사항은 오류가 생기면 팀원에게 코드 설명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1주 차 과제를 통해 리액트의 여러 Hook을 사용해 보고 나니 우리 프로젝트의 컴포넌트 구조가 어떤 식으로 되어있고 데이터가 어떻게 전달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돼서 혼자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 다음 회의부터는 프론트에서 발생한 문제에 관한 회의에도 참여했고 결국 내가 제안한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다시 말하지만 스스로도 정말 신기했다.
두 번째로는 발표와 아주 조금이지만 가까워졌다(1cm 정도). 1주 차, 2주 차 과제를 마무리할 때마다 얼마나, 어떻게 과제를 수행했는지 간단한 발표를 하고 있다. 첫 주 차 과제 발표에서는 마지막까지 기능을 추가하려고 하다 보니 미처 발표 준비를 하지 못했다. 당연하게도 내가 수행한 부분에 대해서 만족할 만큼 매끄럽게 말하지 못했다. 발표 시연의 미숙한 점도 발표하는 그 순간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다음에 또 이래선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생겨서, 2주 차 데이터베이스 모델링 과제 발표 전에는 따로 노션에 요구 사항 분석을 기록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하며 부족한 점을 보완하려고 노력했다. 졸업 심사도 마찬가지로 교수님들 앞에서 하는 발표로 진행됐는데, 매주 하던 걸 하는 거라 생각하니까 생각보다 긴장도 별로 안 됐고, 발표하면서도 이게 다 데일리펀딩에서 수련한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치 않은 멘탈 강화 훈련의 효과가 만족스러웠다👍
[비하인드]
원래 연차는 한 달 만근 후 주어지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나의 경우에는 졸업 심사라는 특수한 이벤트 때문에 연차를 선지급받아 오후 반차를 쓰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발표 당일 오전에는 평소처럼 출근해 일한 뒤 점심쯤에 학교로 출발했다. 그렇게 역 쪽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이렇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뭐지?’ 하고 봤는데 그분은 바로…MIT님이었다. 그 당시에는 심사에 대한 걱정으로 마음이 조금 복잡했는데 그렇게 손을 흔들어주셔서 웃음이 나왔다. 방금까지 회사에서 봤는데도 반가운 기분이었고 오늘 뭔가 일이 잘 풀릴 거 같은 예감이 들었다. 실제로 앞 조 분위기가 험악해서 걱정했는데 우리 조는 발표부터 질의응답까지 나름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늦은 밤 나온 결과는 통과! 그날은 정말 오랜만에 마음 편히 잠들 수 있었다. 잘 설명을 못하겠는데 마치 버프를 받은 기분이었다… 약간 토템 같은??? 아무튼 감사합니다🙇♀️🙇♀️
[TMI]
사실 회사와 집까지의 거리는 좀 먼 편이다. 가끔 다른 데일리언 분들께서 얼마나 걸리냐고 물어보시는데 말하면 다들 놀라신다. 처음에는 나조차도 정말 4개월 내내 왕복 4시간 통근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었다. 근데 지금은 진짜 말 그대로 아무 생각이 없다. 아무래도 아침밥을 먹으니까 지하철에 사람이 많아도 짜증이 덜 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면 기분이 금방 좋아진다. (특히 밴드가 최고다🤘) 월요병도 딱히.. 모든 게 새로운 환경이라 그런가 아직은 즐거운 일만 있는 것 같다.😎 주변에 이런 얘기 하면 다들 신기해하던데 나도 가끔은 내가 신기하다. 언제까지 이 상태일지는 모르겠지만 이것도 좋은 게 좋은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