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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칼럼

리볼빙은 과연 이로운 서비스일까

요즘 뉴스에 나오는 그 '금융'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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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에서 제공하는 리볼빙 서비스란 연체 없이 신용카드 대금의 분납이 가능한 ‘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 서비스’를 지칭한다. 카드대금의 결제가 어려운 저신용 금융소비자의 경우 리볼빙 서비스 이용 시 결제 외 잔액은 다음 달로 이월된다. 하지만, 이월된 잔액에 대해서는 일정수수료가 부과된다. 리볼빙 서비스를 통해 대체로 5년까지 결제를 미룰 수 있다. 리볼빙 서비스 수수료는 현재 법정 최고금리(20%)에 육박하는 18~20% 수준에 달한다.  

 

최근 리볼빙 서비스 이용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2022년 10월 기준, 리볼빙 서비스 잔고는 7.1조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조 원이나 급증했다.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 수도 27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코로나가 발생한 2020년에 비해 약 30만 명 정도 증가했다.      

 

리볼빙의 순기능과 역기능

리볼빙 서비스는 1개월간 최소 결제비율이 결제액의 5~10% 수준이기 때문에 카드 이용자의 결제 부담을 줄여준다. 또한, 국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리볼빙 서비스는 이용자의 채무 상환계획에 도움이 되어 카드 이용액에 대한 연체 가능성을 억제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실제로 호주의 경우 신용카드 소비자의 40%가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서비스의 순기능에 대한 기대가 높은 편이다. 또한, 리볼빙 서비스는 카드론, 현금서비스 등을 통한 단기자금 확보가 어려운 경우 대체 조달수단으로써 가계의 자금조달을 지원한다.

 

하지만, 리볼빙 서비스의 단점은 높은 수수료율과 신용평점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다. 최근 고금리 기조하에서 가계의 이자지급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즉, 최고금리 수준의 수수료율은 금융소비자에게 상당한 재무적 부담이 된다. 일부에서는 리볼빙 서비스 이용에 따른 결제 이월 한도 증가 시 연체 가능성 증가를 우려한다. 또한, 리볼빙 서비스 이용 시 신용평점이 하락할 수 있고 높은 수수료율에 따른 재무위험이 소비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즉, 서비스 신청이 대체로 유선으로 이루어져 불완전판매 발생 우려가 있는데 실제로 2019~2022.7월까지 금융감독원에 접수된 리볼빙 서비스 민원 중 약 절반 이상이 불완전판매 관련 건이다.      

 

리볼빙이 증가하는 이유

최근 리볼빙 서비스의 증가 이유는 크게 2가지이다. 첫째, 금융당국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ebt service ratio : DSR) 규제와 관련이 있다. DSR은 부채상환을 위해 차주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간 소득 수준으로 나눈 지표이다. 금융위원회는 가계부채 급증을 억제하기 위해 2022년 1월 이후 차주 단위 DSR 규제를 시행 중이다. 특히, 올해 7월 이후부터 가계대출 규모가 1억 원 초과 시 차주별로 DSR 40%를 적용 중이다. 가계대출에는 주택담보대출, 신용대출, 카드론 등이 포함된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DSR 규제 대상에 카드론이 포함되어 급전 필요시 카드론의 지속적 이용에 제한을 받는다. 따라서, 카드론 대신 높은 수수료율의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 리볼빙 서비스가 DSR 산정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른바 카드론 규제에 따른 ‘풍선효과’로서 리볼빙 서비스 이용이 증가하는 셈이다.

 

둘째, 인플레이션의 심화가 리볼빙 서비스 증가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 최근 발표된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5%대 수준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5월 이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5% 이상의 높은 수준이다. 최근에는 지난해 6월, 7월의 6.0%, 6.3%에 비해 낮아졌지만, 한국은행의 목표 물가상승률인 2%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고물가 행진의 지속은 가계의 제품 및 서비스 구매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어, 결제 부담 완화 차원에서 리볼빙 소비를 늘리는 것으로 해석된다. 필자의 연구에 따르면, 물가상승이 이어지면 시차를 두고, 리볼빙 서비스 증가로 나타나는 것이 확인된다. 물가상승이 리볼빙 서비스 증가에 미치는 영향 기간은 약 10분기 정도이다.      

 

리볼빙이 카드사에 미치는 영향

리볼빙 서비스의 증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카드사의 경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된다. 높은 리볼빙 서비스 수수료율은 단기적으로 카드사의 수익성 제고에 상당 부분 기여할 것으로 유추되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익성 악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주로 저신용 차주가 이용하는 리볼빙 서비스 증가로 부실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즉, 대손충당금 적립, 대손 발생 등 카드사의 위험관리 비용이 급증할 수 있다.  

 

또한, 높은 수수료율의 리볼빙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금융소비자의 재무적 부담이 연체로 이어질 개연성이 있다. 따라서, 연체율의 증가는 카드사의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non-performing loan ratio : NPL)의 상승을 가져올 것이다. 고정이하여신이란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카드사의 대출성 자산을 의미하며, 전체 대출자산 중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을 고정이하여신비율이라 한다.  

 

특히,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 이후 최근까지 카드사의 대손충당금 요 적립액 대비 실적립액 비율은 평균 106% 수준이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발생 전에 비해 약 1.1배 높지만, 팬데믹 이후 리볼빙 서비스 잔고는 팬데믹 이전 잔고 대비 약 1.3배 늘어났다. 이로써, 리볼빙 서비스 증가에 따른 카드사의 위험대비 수준은 오히려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리볼빙 서비스 증가에 대한 전망 그리고 대책

고금리 시대의 리볼빙 서비스 증가는 국민경제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다. 우선,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기 위한 저신용 차주의 연체 증가 가능성이 있다. 자칫 연체 누적으로 인해 이용자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파산자가 늘어나는 등 사회문제로 확대될 우려가 있다. 또한, 카드사의 건전성 하락이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기를 심화시킬 우려도 있다. 카드사는 자금을 시장성 수신(카드채, 기업어음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데 최근 채권시장의 신용위험 증가로 인해 자금조달이 어려운 카드사의 리볼빙 자산 부실화는 금융시장의 유동성 위험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금융당국은 카드론이 DSR 산정에서 배제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카드사도 리볼빙 서비스의 공급이 늘어나는 것을 제어하고 위험관리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모두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데일리펀딩에서 준비한 아주 특별한 4번째 시리즈 칼럼 <요즘 뉴스에 나오는 그 '금융' 이야기> 다음 8편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 외부 필자에 의해 작성된 본 칼럼의 내용은 데일리펀딩의 공식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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