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자는 말이 없다
직장인 2명 중 1명은 퇴사하는 진짜 이유를 숨긴다고 한다. 퇴사 이유를 공개적으로 밝혀도 달라질 것이 없을 것 같아서 평소 친분이 있던 동료 등 소수에게만 개인적으로 털어놓고 회사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얼버무리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한다.
간절함이 부족한 거 아닐까?
떠나는 사람은 간절하지 않다. 퇴사 후 이직이든 백수든 간에 저마다의 Next Step이 준비된 상태에서 퇴사를 결정했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Next Step이 오직 '성장'뿐인 회사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간절해야 한다. 함께 열정을 공유하던 동료가 떠났다는 것은 회사 내부에 작더라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어릴 때만 해도 학교에서 강조하는 게 '오답노트를 잘 정리해라' 아닌가. 구성원들이 떠나가는 이유에 무관심하다면 회사는 오답노트를 적지 않는 낙제생이나 다름이 없으며 성장에 무관심하다는 방증이다.
일단 대놓고 물어보자!
물론 앞서 말했듯이 퇴사하는 사람 입장에서 그런 피드백을 선뜻 내줄 리가 없다. 아무리 애정을 쏟은 회사여도 돌아서는 순간 남일뿐이다. 배고픈 쪽이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하는거 아니겠는가. 그래서 데일리언들은 일단 대놓고 물어보기로 했다. 그것이 바로 데일리펀딩만의 퇴사 문화, '굿바이레터'의 시작!
부검 메일로 유명한 넷플릭스의 퇴사자 메일을 레퍼런스로 참고하여 데일리언들의 입맛에 맞게 재해석했다. 넷플릭스의 부검 메일은 퇴사 희망자가 부검 메일 작성을 통해 문제점을 서로 소통하고 퇴사 철회 후 조직에 남도록 하는데 까지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데일리펀딩의 굿바이레터는 말 그대로 회사를 떠나면서 속 시원하게 응어리진 이야기를 풀어놓고 가는 해우소 같은 느낌이라고 할 수 있다.
(오답노트를 적는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를 부분은 없다.)
퇴사가 결정된 데일리언들은 모두 예외 없이 굿바이레터 작성을 요청받게 된다. 작성 항목은 크게 4가지로 구분되는데 아래와 같다.
- 퇴사 이유
- 업무 간 좋았던 점
- 업무 간 불편했던 점
- 마지막 한마디
작성된 굿바이레터는 퇴사자의 공개 범위 지정에 따라 인사담당자에서 팀 그리고 전사 단위로 공유가 된다.
굿바이레터 문화를 시작했을 때 몇몇 데일리언들에게서 나온 공통적 의견이 "떠나는데 굳이 쓴소리 하고 싶겠어?" 였다. 합리적인 의심이었다. 굳이 떠나면서까지 쓴소리 하며 긁어 부스럼 만들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하지만 그런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는데 퇴사한 데일리언들로 부터 받은 굿바이레터 중 가장 빽빽하게 채워진 문항은 다름 아닌 '업무 간 불편했던 점' 이었다. 몇몇 내용을 축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회사 규모가 커져갈수록 투명한 정보 공개가 이뤄지고 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소수의 의견만 반영되어 업무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회사 성장에 기여한 몇몇 데일리언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예전과 같은 열정이 느껴지지 않아요. 제도권 금융이 되면서 여러 가지 신경 쓸 부분이 많아진 탓도 있지만 과거에는 작은 아이디어에도 서로 경쟁적으로 달려들며 토론을 나눴었는데 이제는 과연 될까 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것 같아 그 점이 아쉬워요.” |
"공공장소 매너가 없는 사람이 있어요^^" |
오히려 역효과였던 걸까? 생각 이상으로 표면에 드러나지 않은 문제가 많았음이 드러나자 데일리언들 사이에서 이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웅성거림이 감지됐다. 순간 침묵이 금이라는 옛말이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행히 그 웅성거림은 퇴사자를 향한 비난이 아닌 자성의 목소리였다. 하나 둘 레터에 적힌 내용에 공감하고 있었다는 의견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는 문제 해결을 위한 추진력으로 바뀌었다.
생각보다 피드백은 빠르게 반영되기 시작했는데 정보의 불균형을 지적하며 떠나간 데일리언 덕분에 슬랙 내 전략 공유 채널이 신설됐고 특정 TF팀에서만 공유 되던 업무 내용의 경우 반드시 전사 전략 공유 채널에 올리도록 협의가 이뤄졌다.
또 사그라든 열정을 지적하며 떠나간 데일리언 덕분에 사내 다양한 아이디어를 논의할 수 있는 소모임, 이름하여 TDF(Tomorrow Dailyfunding)가 창설되어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지속적으로 제안 및 실현되고 있다.
매너 문제를 지적하며 떠나간 데일리언 덕분에 데일리언들의 사무실 매너가 조금 더 좋아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도 든다.
그동안 듬성듬성 비어있던 오답노트가 점차 채워져 가면서 데일리펀딩에 의미 있는 변화가 생기고 있다. 고이면 썩는다고 하지 않는가. 자유로운 스타트업이라고 그러지 말란 법이 없다. 굿바이레터는 일종의 메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당장에는 평화를 깨는 불청객으로 보일 순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순환의 역할을 하는 존재니 말이다.
다음 메기는 언제 찾아올지 모르지만 이러한 자정능력을 통해 부디 오랫동안 데일리펀딩이라는 연못이 썩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글 / 마케팅팀 이호준 매니저